■ 활동명 : 기차 타고 가면서 독서하기
■ 일 시 : 2026년 10월 22일(목) 08:00~21:00 ■ 장소 : 용산역 - 군산역
■ 참가자 : 강성자 대표 외 회원 5명


풍경들은 시와 음악과 기차 여행으로 멋진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회장님과 고문님은 도암아트홀에서 '제12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시월의 어느 멋진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 합창단원으로 가을을 물들였다. Brave!~~~
기차 여행 전 엘리님은 군산 관련 문학을 조사해주셨다. 최고의 연구자~~^^ 찬사++++
군산 문학의 두 거장, 채만식과 고은
2026.10.22. 엘리
1. 채만식(1902~1950)의『탁류』
;『탁류』는 군산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인간의 삶으로 번역한 소설
1) 소설의 줄거리
① 정 주사의 몰락
정 주사는 한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나 미두 투기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다.
당시 군산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이 모여드는 항구도시였으며, 미두 거래가 성행했다.
정 주사는 투기를 통해 재산을 되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가세가 기울고 가족은 궁핍한 생활에 빠진다. 그의 딸 초봉은 아름답고 성실한 여성이지만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② 초봉의 결혼과 불행
초봉은 약국에서 일하며 남승재라는 청년과 가까워진다. 남승재는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초봉은 집안의 경제적 사정과 주변의 압력 속에서 은행원 고태수와 결혼한다. 그러나 고태수는 부도덕하고 방탕한 인물이다. 초봉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불행으로 치닫는다.
③ 고태수의 죽음과 장형보의 등장
고태수는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가 살해당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초봉의 삶은 더욱 비극적으로 변한다. 장형보는 초봉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고 그녀의 불행한 처지를 이용한다. 초봉은 남편을 잃은 뒤에도 자유로운 삶을 찾지 못하고 장형보의 지배와 폭력에 시달린다.
④ 초봉의 비극적 선택
초봉은 장형보와의 관계 속에서 딸 송희를 낳는다. 장형보는 초봉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억압한다. 마침내 초봉은 자신과 딸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장형보를 살해한다.
2) 작품 해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군산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소설에서 군산은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아니다. 식민지 조선의 경제적 모순과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군산은 1899년 개항 이후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주요 항구로 성장하였다. 항만과 철도, 금융시설이 확충되었고 일본인 상인과 자본이 유입되면서 도시의 외형은 빠르게 변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번영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일본인 자본과 식민지 경제체제가 도시의 주요 산업과 유통망을 장악하는 동안 조선인들의 삶에는 빈곤과 불안정이 깊어졌다.
채만식은 바로 이 군산을 소설의 무대로 선택하였다. 따라서 『탁류』를 읽는 일은 한 가족의 비극을 따라가는 동시에 식민지 근대도시 군산의 역사적 실체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3) 소설 『탁류』 의 첫 장_ 금강에 대한 묘사_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 가지고는—한강(漢江)이나 영산강(榮山江)도 그렇기는 하지만—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저 준험한 소백산맥(小白山脈)이 제주도(濟州島)를 건너보고 뜀을 뛸듯이, 전라도의 뒷덜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우뚝…… 또 한번 우뚝…… 높이 솟구친 갈재〔蘆嶺〕와 지리산(智異山) 두 산의 산협 물을 받아 가지고 장수(長水)로 진안(鎭安)으로 무주(茂朱)로 이렇게 역류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다. 그놈이 영동(永同) 근처에서는 다시 추풍령(秋風嶺)과 속리산(俗離山)의 물까지 받으면서 서북(西北)으로 좌향을 돌려 충청좌우도(忠淸左右道)의 접경을 흘러간다.
그리고 북쪽 줄기는, 좀 단순해서, 차령산맥(車嶺山脈)이 꼬리를 감추려고 하는 경기(京畿) 충청(忠淸)의 접경 진천(鎭川) 근처에서 청주(淸州)를 바라보고 가느다랗게 흘러내려오다가 조치원(鳥致院)을 지나면 거기서 비로소 오래 두고 서로 찾던 남쪽 줄기와 마주 만난다.
이렇게 어렵사리 서로 만나 한데 합수진 한 줄기 물은 게서부터 고개를 서남으로 돌려 공주(公州)를 끼고 계룡산(鷄龍山)을 바라보면서 우줄거리고 부여(扶餘)로…… 부여를 한 바퀴 휘돌려다가는 급히 남으로 꺾여 단숨에 논메〔論山〕, 강경이〔江景〕까지 들이닫는다.
여기까지가 백마강(白馬江)이라고, 이를테면 금강의 색동이다. 여자로 치면 흐린 세태에 찌들지 않은 처녀 적이라고 하겠다.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熊津〕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제(百濟) 흥망의 꿈자취를 더듬어 흐른다. 풍월도 좋거니와 물도 맑다.
그러나 그것도 부여 전후가 한창이지, 강경에 다다르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은 깨어진다.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西西南)으로, 빗밋이 충청*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서 물은 조수(潮水)까지 섭쓸려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퍼진 게 제법 양양하다.
이름난 강경벌은 이 물로 해서 아무 때고 갈증을 잊고 촉촉하다.
낙동강이니 한강이니 하는 다른 강들처럼 해마다 무서운 물난리를 휘몰아 때리지 않아서 좋다. 하기야 가끔 홍수가 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黃海)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 : 市街地)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群山)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2. 선제리 아낙네들
고은(1933~)
먹밤중 한밤중 새터 중뜸 개들이 시끌짝하게 짖어댄다.
이 개 짖으니 저 개도 짖어
들 건너 갈뫼 개까지 덩달아 짖어댄다.
이런 개 짖는 소리 사이로
언뜻언뜻 까 여 다 여 따위 말끝이 들린다.
밤 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으로 떨어뜨리는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의좋은 그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콩밭 김칫거리
아쉬울 때 마늘 한 접 이고 가서
군산 묵은 장 가서 팔고 오는 선제리 아낙네들
팔다 못해 파장떨이로 넘기고 오는 아낙네들
시오릿길 한밤중이니
십릿길 더 가야지.
빈 광주리야 가볍지만
빈 배 요기도 못 하고 오죽이나 가벼울까.
그래도 이 고생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못난 백성
못난 아낙네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세상이더냐.
그들의 말소리에 익숙한지
어느새 개 짖는 소리 뜸해지고
밤은 내가 밤이다 하고 말하려는 듯 어둠이 눈을 멀뚱거린다.
-<만인보>-1970년
전체댓글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