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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재수 끝에 칼을 잡다.'

수원에서 동인들의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제법 큰 행사였다. 지역 유지와 기관장, 많은 문인이 자리를 채웠다.

식전 행사가 한창일 때, 잘 아는 선배 소설가가 등장했다. 지역 기관장에게 감사의 표시로 서각 작품을 증정했다. 

작품이 행사의 품격과 어울렸다. 멋졌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그 순간 나도 저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배울 곳을 찾았다. 시간과 장소가 맞지 않았다. 마침 가까운 강북50플러스센터에서 권석주 선생님의

'슬기로운 각자 생활' 강좌를 찾았다. 바로 등록하려 했다. 손가락이 어설펐는지 마감되었다. 

두 번의 기회를 날렸다. 세 번째 도전에서야 겨우 등록할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


글씨의 중앙에 칼날의 중심을 맞춰야 한다. 살면서 칼과 망치질을 언제 해보았던가. 

학교 다니던 시절 조각칼을 잡은 뒤로 반백 년이 훨씬 지났다. 칼은 한쪽으로 쏠렸다. 

망치는 헛발질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급한 마음에 나무 조각이 자꾸 떨어져 나갔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서두르지 마라. 초기 작품을 남에게 선물하면 후회한다."


시간이 흘렀다. 문인협회 정기전이 공지되었다. 내 작품을 직접 각하여 전시하고 싶었다. 

꿈이 너무 크다고 주변에서 말렸다. 날개가 나기도 전에 날려는 격이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도전하기로 했다. 

시를 쓰고, 나무를 고르고, 다듬었다. 바니쉬를 바르고 서고를 붙이고 각을 했다. 채색하고 서고를 정리하고 풀기를 닦아냈다.

많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이다. 마음은 바빴다. 갈 길은 멀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한참을 걸려 완성했다. 자랑스럽게 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 걸었다. 어설펐다. 

그러나 내 손으로 직접 완성했다는 기쁨은 비길 데가 없었다. 많은 이들의 찬사가 힘든 시간을 보상해 주었다.


지난 정기전에는 '어머니의 집'이라는 시를 각했다. 초봄, 산소 주변에 영산홍을 심으며 느낀 마음을 옮긴 시였다.

올가을에도 협회 정기전이 열린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아버지는 요술쟁이'를 각할 예정이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새기면, 두 분 모두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을 준비하는 이번 여름도 유난히 더울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가을 전시회에 멋진 작품을 걸고 

회원들의 박수 받을 생각을 하면, 더위쯤은 견딜 만하다. 시간이 흐르며 작품 수가 늘었다. 

아파트 거실 한쪽 벽면이 어느새 작은 전시장이 되었다.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개인전도 열어보고 싶다. 또 하나의 꿈을 꾸어본다.

'슬기로운 각자 생활', 멋진 강좌다. 꿈을 꾸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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